(상편에 이어)

두 번째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을 2019년 판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로 본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이 시그널은 분명하다.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과 관련한 검찰의 메시지다. 조국 장관은 안 된다는 메시지다.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독립’과 ‘검찰 중립’을 말하며 환호한다고 한다. 누구도 검찰을 통제하지 않는 게 독립이고 중립인가?

또한 현재 일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게 되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대검 중수부를 해체하고자 하셨을 때와 아주 비슷한 궤적이 보이는 듯하다. 당시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대선자금 수사 이후 대검 중수부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을 바탕으로 하여 정부의 중수부 폐지에 강력히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송광수 총장의 임기는 끝까지 보장하는 원칙주의 행보를 고수했고 결국 중수부 폐지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2013년이 되어서야 폐지됐다. 현재 중수부의 기능은 대검 반부패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 이관돼 있다.

당시와 지금의 차이를 살펴보면, 그 때는 대통령과 검찰총장이 메시지를 통해 강하게 맞붙는 상황이었고 현재는 검찰 개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장관 후보자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정권의 검찰 개혁에 대한 검찰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허나 이번의 문 대통령의 메세지는 과거 노 전 대통령 때와는 사뭇 다른데, “검찰의 피의사실 유출에 대해 총장이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한다.”라는 식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직접적인 질책을 피한, 다소 완곡한 메세지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몇 가지 면에서 절묘한 포인트들이 있다.

이는 현재 검찰의 수사가 전반적으로 장관 후보자 본인의 신변을 다소 비껴간(자택이라든지 휴대전화라든지)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어찌됐든 수사의 핵심 포인트로는 장관 후보자가 늘상 거론되고 있는 상당히 오묘한 상태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쉽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근거로 검찰을 질책할 수는 없으나, 최소한 청와대가 메시지를 낼 명분이 생긴 것이다.

즉 이번 메시지는 “당신이 세간에 알려진 대로 정말 원칙주의자라면, 약속한 대로 성역 없는 수사를 제대로 수행하고, 옛날 하던 버릇대로 사소하게 저지르는 잘못들 눙칠 생각 하지 마라.” 라는 뜻이다. 즉 과거처럼 단순히 특정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것만으로 인해 검찰에 호의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차단하면서, 검찰 내부에서 관행적으로 일어나던 일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라도, 눈치만 안 보면 된다는 뜻은 아니잖은가? 여태껏 은근슬쩍 행해 오던 각종 관행들까지 다 포기해야만 진정한 성역 없는 수사가 될 테니 말이다.

곽보경 / 칼럼니스트 겸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