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전형의 확대로 내신의 비중이 훌쩍 커져버린 고등학교, 그 중에서도 일반계 고등학교의 학기말 풍경은 무기력하기까지 하다. 

2차고사도 끝난 학기말. 이 기간을 교육 누수 기간이 아니라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으로 여느 때보다 바쁘게 보내고 있는 학교가 있어 화제다. 

군산고등학교(교장 송일섭)는 이 시기를 진로 역량 주간으로 정하고 진로, 기본 소양과 관련한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을 이끌고 있다. 

대학의 인문학 강좌ㆍ이공계 강좌 유치, 대학 학과 탐방, 직업 탐방, 현직 판사가 말하는 법조인의 삶 특강, 영화 관람, 화해의 날 편지 쓰기 등이 그것.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에 골라 참여하여 진로 역량을 키우는 한편 학교생활기록부의 자율 활동란을 충실히 채워간다. 

그 중의 백미는 마지막 프로그램인 상황별 영어 역할극 대회. 2학년 학생들은 영어 수행평가를 위해 직접 쓴 영어 연극 대본을 무대에 올려 연기하는 경연을 펼쳤다. 

미숙한 연기나 무대 설정이 무색할 정도로 자신들이 쓴 대본이 무대에 올려지는 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여기에 이 날을 위해 며칠을 준비했다는 송 교장의 영시 낭독까지 어우러져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졸업 시기를 앞당기자는 주장이 나올 만큼 수업 이후의 학교 교육의 방향에 대한 질문이 따가운 시대에 학기말은 단순한 ‘잉여’의 시간이 아니라 풍성한 교육과정 운영의 결실을 수확하는 시간임을 군산고의 이런 노력들이 증명하고 있다. 

/군산=김판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