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풍남문 맞은편 골목길을 따라 모퉁이를 돌면, 전통가옥의 예스러움이 느껴지는 한옥 카페 ‘행원’(대표 성준숙)이 자리하고 있다.

한갓진 운치가 느껴지는 이 카페는 역사가 길뿐더러 사연도 많은 장소. 이 건물은 1928년 전주국악원의 ‘낙원권번’으로 처음 지어졌다.

낙원권번은 우리전통음악과 춤 등 예술을 양산해 내던 곳. 전국에 있는 각 권번들의 교육과정은 가·무·악으로 대개 비슷했으나 ‘낙원권번’은 전통예술 학습장이자 풍류객들의 모임터로 기능했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전통적인 예술분야를 지키면서 시대적 상황에 맞는 예술장르를 개척하는 등 스스로 문화적 근대화에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며 풍류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후 1942년 남전 허산옥(1926∼1993)이 인수해 행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당시 남전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 생계 자체가 어렵거나 피난을 온 내로라하는 당대의 예술인들을 행원에 불러들여 후원하고 창작활동을 북돋았다.

이어 이곳은 판소리 명인이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인 학봉 성준숙 명창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한정식 집으로 변모했다. ‘전주의 풍류 명소’로 명성이 자자했던 행원은 최근 젊은 감성을 입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했다.

올 7월 문을 연 카페는 테마별로 조성됐다. 기존의 식당이었던 자리는 전시 공간으로, 또 주방으로 쓰였던 곳은 담소 공간으로 꾸몄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판소리공연과 강연이 펼쳐지는 ‘낙원권번’. 

행원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1928년 당시 환경과 역사, 생활상 등을 그대로 반영하는 등 낙원권번 건물을 복원했다. 목조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살린 내부에는 천장의 목재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곳에는 판소리를 비롯해 무용, 기악 등 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무대가 마련돼 있다. 판소리 명창을 비롯해 각 부문 공연과 함께 무대에 섰던 계승자들이 관광객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일일강연도 펼칠 예정이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