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는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열여덟 살, 청신한 얼굴이다.

영화제를 바라다보면 내가 전주에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가는 영화제 날짜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전주국제영화제 속에 있다. (시인 겸 수필가 피천득 선생의 수필 ‘5월’ 패러디)

오는 6일까지 이어지는 전주국제영화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영화계의 피톤치드 같은 독립·대안영화들이 줄지어 영화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징검다리 황금연휴, 무작정 전주로 향하는 건 어떨런지. 

9일 ‘선거일’(제19대 대통령선거)- <노무현입니다:N프로젝트> 이창재 감독

10일 ‘유권자의 날’-<미스 프레지던트> 김재환 감독

박근혜가 청와대에 대통령의 딸로 입성했던 오래된 필름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박근혜가 탄핵당하고 청와대를 나오는 것으로 끝난다. 한 개인의 삶은 이렇게 극적으로 대비된 상황으로 귀결되었으나 그가 대통령이 되고 존경받을 수 있었던 대중 신화의 토대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박정희 박근혜 부녀를 추종하는 한 노인과 부부의 일상을 밀착 취재해 그들의 삶에 어떻게 박 전 대통령 부녀의 리더십이 신화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심층 취재한다.

15일 ‘가정의 날’-<해피뻐스데이> 이승원 감독 

<해피뻐스데이>는 한 불우한 가족의 이야기를 괴이한 코미디로 풀어낸다. ‘괴물´인 큰 아들의 집에 모이는 가족들 그리고 이 집안에서의 마지막 생일잔치가 시작된다. 엄마는 가족들에게 괴물의 방에 들어가 10분씩 마지막 시간을 가지라고 하고 가족들은 그 앞에서 자신의 상처와 비밀을 하나씩 털어놓는다. 영화는 트라우마에 대한 독창적인 접근으로 가족의 실체에 대해 거듭 생각하게 만든다.

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나의 자전거에 대하여> 박동현 감독 

미국 내셔널 필름 아카이브에서 발굴한 6·25 관련 필름과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통합병원이었던 장소를 기록하며 국가가 개인에게 가한 폭력을 나의 자전거라는 의미로 기억을 재구성한 실험적인 다큐 영화이다. 

19일 ‘발명의 날’-<금속활자의 비밀들> 우광훈·데이빗 레드맨 감독

캐나다인 데이빗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책인 직지에 대해 프랑스 유학시절 알게 된다. 13세기 당시 세계 최고의 문자 문화를 이룩한 고려의 금속활자 기술이 원나라를 통해 유럽에 전파됐을 가능성을 찾아 유럽 5개국으로 떠난다. 

20일 ‘세계인의 날’-<지중해> 조나스 카르피냐노 감독

<지중해>는 아프리카 이민자 문제를 의제로 한 사회성 드라마. 아프리카를 탈출한 두 청년은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 이방인을 향한 냉대와 무정한 공동체의 기운, 이민자들의 분노와 마주한다. 지중해는 수난의 끝에 당도한 낙원의 허상을 그린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