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콕/여기저기 쪼지 말고/한 곳만 쪼아야 해/여길 보렴/이제 틈이 생겼잖아/눈을 크게 뜨고 봐야지/날개를 내밀고/꼬리도 펼치고/한 발/한 발씩 내딛는 거야/그럼 돼!  -책머리에 ‘첫걸음을 떼는 아기 새’ 중에서-

시인 겸 교사인 경종호 씨가 첫 동시집 ‘천재 시인의 한글 연구’(문학동네)를 펴냈다.

책에는 아이들이 걷게 될 걸음걸음마다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편편에 걸려 있다.  

그는 “아이들은 숙제로 내준 일기쓰기를 귀찮아하며 한 줄짜리, 두 줄짜리 동시로 대신하는 꾀를 냈다. 그런 글의 맞춤법과 문장 구조는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뜻을 제대로 해석하기 어려웠지만, 아이들의 그런 글을 보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그에겐 아이들이 직접 쓴 글들이 동시를 쓰는 지침서 이었기에, 그의 동시는 어른들이 짐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 집과 학교를 너무 가깝게 했다/내 목숨보다 소중한 휴대폰을 엄마의 서랍 속에 넣었다/아빠와 엄마가 서로 째려보다가 결국 엄마만 안방에서 끙끙 앓게 했다/토요일, 친구의 생일 초대장을 구겨 쓰레기통으로 보냈다 -<오늘 성적표가 한 일>-

동시집은  저자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이긴 하나, 잘못을 지적하거나 정정해 주거나 야단치며 가르치려는 선생님의 모습을 취하지 않는다. ‘그 밭은 그늘져서 아무것도 안 커. 애들이나 놀게 혀.’라는 <텃밭> 할머니의 말은, 경 시인이 아이들 곁의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