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매일신문

최종등록 25-11-27 21:54 최종수정 25-11-27 21:54

온라인이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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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연재>깡패와 굿패 3부 '깡패와 경찰'(2) - 박창수를 죽였다고요?

그러나 그것도 완전히 승낙을 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여전히 어정쩡한 미정 상태 아닌가. 그런데 왜 형사들이 잡으러 왔을까? 이렇게 형사들이 직접 찾아와 신체를 확보한다는 건 현행범일 때나 가능한 일이다.

“강동식! 당신을 박창수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한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이제 됐어!”

“뭐, 뭐라고요! 박창수를 죽였다고요? 이게 대체 무슨…….”

동식은 엊그제 박창수를 만났다. 무장면 도곡리 시목동 계곡에서 만났다. 그때 박창수는 멀쩡했다.

그런데 그가 죽다니 어떻게 된 일인가. 누가 죽인 것일까.

박창수를 죽인 건 아니지만 어쨌든 박창수와 살인을 모의한 죄가 있어 동식은 형사들에게 이끌려 고창경찰서로 갔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장소다.

곧바로 밀폐된 조사실로 끌려갔다. 아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수환 형사다.

동식은 과거에 이 사람에게 무던히도 잡혀왔고 취조를 당했고 검찰에 송치되었던 좋지 않은 추억이 있다.

최수환은 동식 같은 건달을 다루는데 도통했는데 건달들은 이자가 얼굴이 붉다고 해서 붉은여우란 별명을 붙여줬다. 붉은여우에게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는 말이 돌고 있었다.

어쨌든 오랜만이라고 해야 하나. 손이라도 잡고 악수라도 청해야 하나.

“강동식, 박창수 씨를 알고 있지?”

붉은여우는 수인사도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모른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안다고 해야 하나. 선택이 쉽지 않다.

“잘 모르지만 전화통화를 한 일은 있습니다.”

“잘 모르지만…… 전화통화를 한 일이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붉은여우는 상체를 동식 쪽으로 바투 당기며 압박해 왔다.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나한테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박창수 씨가 어떻게 어디에서 죽은 겁니까?”

붉은여우는 눈을 치켜뜨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잠시 동식을 노려봤다. 동식을 유력한 용의자로 찍어놓고 있는 게 분명해보였다.

“자네가 진범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야. 다만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지.”

바짝 잡아챘던 줄을 붉은여우는 느닷없이 헐겁게 풀어주고 있었다. 이거 뭐하는 거지? 벌써부터 줄다리기를 하자는 건가?

“자네 엊그제 저녁에 무장면 도곡리 시목동 계곡에 간 일이 있었지?”

이미 시시티브이로 동식의 움직임을 다 파악해놓았다는 거다.

“예, 갔었습니다. 박창수 씨가 만나자고 하더군요.”

“왜 만나자고 한 거지?”

붉은여우의 눈이 건물 꼭대기에서 하늘을 찌르고 있는 피뢰침처럼 동식의 마음을 꿰뚫어 보려는 듯 동식의 눈을 찌르고 있었다.

동식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대로 말을 해야 하나. 미쳤냐? 사실대로 말하면 살인을 모의한 건데.

“하도 만나자고 그러기에 그냥 만났어요. 만나서는 다짜고짜 누군가를 때려달라는 부탁을 했어요. 하지만 징역을 나온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고, 또…… 말 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거절했어요.”

붉은여우는 피뢰침을 거두지 않고 관심법을 쓰겠다는 건지 동식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릴 때를 놓치지 않았다. 붉은여우는 동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을 것이다.

“그래? 음……, 우리가 압수 영장을 받을 건데, 자네 집을 좀 볼 수 있겠나?”

붉은여우는 말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동식을 놀리고 있었다. 은근히 가슴에서 말보로를 필 때 켜는 불티나 라이터 불이 확 켜졌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줄 수 없습니까?”

동식은 이마를 급격히 구겼다.

“어허……, 화내지 마. 화내면 몸에 해로우니까…….”

오상근 / 본보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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