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옥구농민항쟁(1927년)의 산실이었던 농민야학이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기록화로 되살아났다.

24일 국립군산대학교 역사학과에 따르면 옥구농민항쟁 98주년을 맞아 오늘 28일까지 4일 동안 황룡문화관 2층 박물관 갤러리 ‘잇_다’에서 역사콘텐츠 체험전시회를 개최하고 농민야학 기록화를 최초 공개한다.

지난 1927년 11월 25일 발생한 옥구농민항쟁은 3.5만세운동과 더불어 우리 시민정신의 뿌리가 되는 역사적 항쟁으로 이제 100주년을 2년 앞두고 있다. 군산시는 이를 기리고자 올해 7월에 농민야학의 안채 건물인 이용휴 가옥을 군산시 향토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특히 국립군산대 역사학과에서는 올해 향토유산으로 지정된 이용휴 가옥을 알리고 옥구농민항쟁의 산실인 농민야학의 정신을 관람객들이 다양한 역사 콘텐츠들을 체험하면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역사체험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용휴 가옥은 한말 일제가 자행한 토지강탈과 이에 대한 조선 선비의 대응을 실증하는 공문서가 존재하는 귀중한 유산이며, 옥구농민항쟁의 산실인 농민야학 안채라는 역사적 중요성으로 지난 7월에 군산시 향토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4칸의 가옥 중에서 첫째 칸이 붕괴되어 시급한 보존과 복원이 필요한 상태이다. 더구나 이용휴 가옥의 사랑채에 위치했던 농민야학은 현재 터만 남아있다.

이에 따라 국립군산대 역사학과에서는 이용휴 가옥과 농민야학에 대한 기록화제작 작업을 추진했는데, 실제 거주하였던 최숙희씨와 뒷집 주민 이병근씨의 구술을 토대로 한국화가 김의진 화백이 제작했다.

“문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거적으로 문을 가렸다”는 농민야학 학생 채현묵씨의 증언(1993년)은 18세 청년교사 장태성이 일제의 감시를 피해 위험을 무릅쓰고 농민교육을 했던 긴박한 현장을 생생히 전한다.

또한 이번 전시회에서 학생들은 장태성의 농민야학 정신을 오늘날 우리 시대의 시민정신으로 잇는 데 중점을 두었다. ‘농민야학 각성의 순간-1927년 18세 청년이 2025년 우리에게 주는 말’이라는 체험공간을 설치해 장태성의 농민야학에서 이루어졌던 각성의 순간을 관람객들이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더불어 농민야학에서 교육받았던 채현묵 씨가 장태성의 지도로 농민들이 각성했던 그 순간을 생생하게 증언한 녹음자료도 공개한다.

1927년 장태성은 일제의 수탈과 억압으로 주눅 든 소작농들에게 자존감을 일깨웠고, 서로를 지키는 방패가 되는 연대의 정신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교육이 옥구농민항쟁의 정신적 토대가 되었다. 역사과 학생들은 관람객들이 우리 시대의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는 혐오와 편견에 대항하여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만들어 전시했다.

이외 에도 이번 전시회에는 ‘100년의 망각을 넘어 용전의 야학을 열어라’라는 미션체험 시간여행콘텐츠와 ‘역사의 재판에 배심원이 되어주세요’라는 주제로 일제가 장태성과 농민들을 주요 증거를 조작해 처벌했던 것에 대하여 일본제국주의를 피고로 한 역사 재판을 다시 열어 관람객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국립군산대 역사학과 학생들은 “혐오와 편견에 대항해 자존감을 높이고, 서로를 지키는 방패가 되자는 농민야학의 정신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K민주주의의 뿌리”라며 “그 산실인 이용휴 가옥과 장태성 농민야학의 재건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