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연재>깡패와 굿패 1부 '깡패와 장구'(16) - 알아봤냐?
가-
가+
‘야, 너 알아보고 있긴 알아보고 있는 거냐? 빵에서 나왔으니 용돈도 필요하고 그럴 거 아니냐? 신경 좀 써라.’
신경 좀 써라? 용돈을 벌어도 내가 버는 건데, 왜 정태가 신경을 쓰라는 건가.
동식에게는 용돈을 챙기라 말을 하면서도 정태는 분명 청룡으로부터 뒷돈을 받을 욕심을 내고 있거나 미리 선금을 당겼을 지도 모른다.
“그래야지요.”
동식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야, 인마.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빵에 오래 있더니 감이 떨어진 거 아니냐? 너, 많이 변했구나.’
눈치 하나는 빠르다. 동식의 처진 목소리에서 정태는 뭔가 감을 잡은 것이다.
‘하, 자식. 옛날에 팔팔 날라 다니던 그 강동식은 어디 갔냐?’
동식은 변명하고 싶지 않았고 할 말도 없었다.
‘어유! 하여튼 청룡 사장이 나한테 전화하기 전에 신경 좀 써라. 알았냐?’
정태의 투정을 막으려면 얼른 오케이 답을 던져줘야 한다. 나중에 일이 어떻게 되든.
“예, 형님.”
정태는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다. 아무래도 박창수의 제안을 받아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차라리 할 바에는 크게 한탕하고 시원하게 뜨는 게 좋지 않을까.
착한 사람들 협박이나 하는 자질구레한 심부름이나 하면서 푼돈을 챙기느니 큰 거 하나 물어서 이 바닥을 날라버리는 게 미래를 봐서도 옳은 선택 아닐까.
작업을 하는 내내 동식의 머릿속을 점령하는 생각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동식은 서울 후배 서종훈에게 전화를 넣었다.
“알아봤냐?”
‘예, 형님. 그렇지 않아도 저녁에 형님에게 전화를 드리려고 했습니다요, 형님.’
“강용대란 사람이 정말 있드냐?”
‘예, 있습니다요, 형님. 형님이 알려주신 주소로 찾아가서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물어봤더니 그런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요, 형님.’
박창수의 진지한 목소리로 봐서 살인청부가 장난은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강용대란 자가 실존 인물이란 말을 들으니 동식은 등뼈가 뻣뻣해지면서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직접 만나보지는 않고?”
‘직접 만나보지는 않았습니다요, 형님. 하지만 차안에서 강용대란 자를 지켜보긴 했습니다요, 형님. 형님이 알려주신 얼굴하고 비슷했습니다요, 형님. 그런데 나이가 좀 들어보였습니다요, 형님.’
“알았다. 수고했다.”
‘혹시, 무슨 일로…….’
동식은 그건 나중에 알려줄 것이고 너에게 긴요한 일을 맡길 수도 있으니 강용대를 잘 감시하고 있으라 말한 뒤 통화를 마쳤다.
전화를 끊고 나자, 안개 같은 생각이 단단하게 뭉쳐져 고체 덩어리로 변하면서 가슴을 무겁게 압박해왔다.
법을 어기고 죄짓는 일을 밥 먹고 똥 싸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왔던 동식이다. 하지만 사람의 숨통을 끊어놓는 일은 법을 어긴다는 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부가 조기 백 마리 잡는 것과 고래 한 마리를 잡은 것은 단가가 다르지 않는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치룬 동식이다. 칼로 사람을 찔러보기도 하고 쇠망치로 몸만 잠시 고장 날만큼만 가격해본 일도 있다.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왜 사람 하나 못 죽이겠는가. 동식은 어금니를 단단히 사리물었다.
석정온천에서 사우나로 봉사활동의 노곤함을 풀고 나오는데 기다렸다는 듯 박창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뭐가 그리 급할까.
‘알아봤소?’
지난 번, 박창수는 강용대의 인적사항을 동식에게 알려준 바 있다.
“예, 알아봤어요. 그런 사람이 서울에 있긴 있더군요.”
‘어떻소?’
일을 하겠느냐는 물음일 게다. 동식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Copyrightⓒ전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